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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인터넷 언어
우리는 지금 인터넷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모든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고 있으며 집안에서도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 살아가는 날이 별로 없을 정도이다. 각종 뉴스나 여러 가지 정보들을 신문이나 방송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더 빨리 알게 된다. 이러한 인터넷의 발달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의 하나가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의 생각을 유포시킬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반응을 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화면과 함께 사건들이 소개되어 삽시간에 여러 사람들이 이를 접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 세상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편리한 점들이 많다. 각종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며,인터넷을 통해 동문들의 모임이나 친목회의 모임을 주선하기도 하고 일사분란하게 단합된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또한 선량한 시민의 귀감이 될 만한 행동도 인터넷을 통해 소개됨으로써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즈음 인터넷을 보면 좋은 점보다 나쁜 점들이 더 부각되어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남을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이야기보다는 비난하거나 헐뜯는 이야기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특히 댓글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정도가 심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표현들이 있다. 심지어 폭력에 가까운 글들도 눈에 띈다.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익명성을 내세워 무조건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것이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하는 바를 나타내는 의사소통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 표현을 보면 그 표현을 한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직업이나 성품도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표현하는 언어는 바로 우리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내면이 반듯하고 성품이 온유하면 그것이 공손한 언어 표현으로 나타나며 내면이 올바르지 못하고 악하면 언어 표현에도 그것이 반영되어 나타난다. 이것을 바꾸어 말한다면 부드러운 언어 표현을 쓰는 사람은 내면도 부드럽고 험악한 표현을 하는 사람은 내면도 험악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계 어느 국민들보다 우수한 재능을 갖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는 독창적이며 그 우수성이 뛰어나다. 우리나라의 정보화가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도 우리의 한국어가 그만큼 뛰어난 언어이기 때문이다. 자음과 모음이 풍부하여 세계 어느 나라의 언어도 쉽게 발음할 수 있으며 몇 개 되지 않는 자음과 모음으로 모든 문자를 결합하여 만들 수 있으니 이것 또한 다른 언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와 같이 우수한 우리나라 말은 언어 표현 또한 풍부하여 똑같은 상황에 대해서 다양하게 묘사하여 그 의미효과를 다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윗사람을 대할 때와 아랫사람을 대할 때 쓰는 어휘가 똑같지 않다. 우리 말은 상황 중심적이기 때문에 내가 누구를 상대로 하여 말하느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즉,상대방에게 존대말을 써야할지 아니면 낮춤말을 써야할지에 따라서 사용하는 어휘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서양의 언어는 인칭에 따라 변화를 줄 뿐 특별히 어휘를 달리 쓰는 경우는 드물다. 나이나 신분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친근한 사이일 경우에는 가족에게 사용하는 것과 같은 언어체를 쓰며 거리감이 있는 경우에는 격식을 갖춘 표현을 쓴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의 댓글에 올라오는 표현들을 보면 이러한 대화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상대방이 누구이든지 간에 존대말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듯한 어투의 표현이 주를 이룬다. 어휘 표현도 그 형태를 변형시켜 우리말 사전에도 없는 기형적인 표현을 만들어 유포시킨다.

이것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아름다운 언어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단순히 언어의 훼손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내면을 변형시키고 황폐하게 만들어 가까운 장래에 사회적인 질서를 무너뜨리는 상황도 그려볼 수 있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며 예술이다.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아름답게 되기도 하고 추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의 고유 언어인 한국어를 품위있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항덕(숙명여대 교수·프랑스어학)

2005/07/18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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