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02년 1월의 센터시험(한국의 대학수능시험에 해당)부터 선택과목에 ‘한국어’를 넣기로 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일단 예상보다 빨리 선택과목으로 채택됐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는 지난해 9월 아타미(熱海)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빠르면 2002학년도부터 ‘한국어’를 선택과목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일본의 대중문화를 개방한데 대한 ‘답례’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은 중국어를 포함시키는데 5년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는 점에서 2002학년도부터 실시하는 것은 무리라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도입시기를 앞당긴 것은 일본측이 상당히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큰 의미는 과목이름이 ‘한국어’로 됐다는 점이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현재 130개의 공사립고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있다. 학생수는 4000여명 정도. 그러나 강좌이름은 다양하다.
99년 재단법인 일본국제문화포럼 조사에 따르면 ‘한글’이라는 강좌명을 쓰는 고교가 42.1%로 가장 많고 ‘한국어’ 24.3%, ‘조선어’ 20.0%,‘한국조선어’ 13.6%의 순이었다.
이처럼 강좌명이 다양한 것은 총련에 속해 있는 북한계 한국인도 적지 않기 때문. 이들은 ‘한국어’라는 이름에 반대한다. 일본 NHK 교육방송이 84년부터 시작한 한국어 강좌이름을 논란 끝에 ‘안녕하세요, 한글강좌’로 결정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따라서 가장 공신력 있는 센터시험의 과목명이 ‘한국어’로 결정됐다
는 것은 앞으로 고교, 대학, 학원 등에서 강좌명을 결정할 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고교의 제2외국어 채택 비율(학생수 기준)은 중국어 프랑스어 독
일어 한국어 스페인어 순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내 16곳에서 실시된 제4회 한국어능력시험의 지원자도 2237명(이중 78%가 일본인)으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센터시험의 선택과목이 됨으로써 앞으로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학습자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