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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분수대] 기피 지명



도둑이 들끓어서 `도둑골` 로 불린 마을 이름이 도덕리(道德里)가 됐다. 감옥이 있어 `옥밭거리` 로 불리던 지명이 옥(獄)을 옥(玉)으로 미화해 옥 동(玉洞)으로 고친 경우도 있다.

서울 재동(齋洞)은 원래 재(灰)를 뿌렸다는 데서 비롯됐는데 그 유래가 싫어 같은 음의 한자로 바꾸었다. 수양대군이 단종의 신하들을 도륙, 온 동네에 진동하는 피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재를 뿌려 생긴 `잿골` 이란 이름에서 피비린내를 다시 지운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는 무릇 이름이 있다. 아니 이름이 있음으로 해서 세상의 모든 것은 비로소 인간에게 의미있는 그 무엇이 된다. 하물며 삶의 터전인 땅마다에 이름이 없을 수 없다. 지명(地名)은 이미 본관(本貫)으로서 우리 이름에도 들어와 있으며 땅의 인연이야말로 평생 삶에 있어 핏줄의 인연만큼이나 질기다는 걸 사이버 시대에도 절감하고 있지 않은가.

지명은 원래 그 모양새나 기후 등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우리말로 생겨났다가 신라 경덕왕 때 두 음절의 한자로 바뀌었다. 왕조가 바뀌고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민심 장악과 행정 편의를 위해 지명은 계속 바뀌어 왔다.

또 자연적 지명 외에 사회의 발전에 따라 경제.군사.교통.문화 등에서 연유한 지명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때문에 지명은 풍토적 특성뿐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경제, 그 땅 사람들의 품성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총체적 문화재다.

최근 창피하게 들릴 수도 있는 동네 이름을 바꿔달라고 주민들이 나서고 있다(본지 3월 13일자 26면). 뱀이 많아서 큰 뱀이란 뜻의 `巴` 자가 들어간 파산동(巴山洞)은 기업.가계 할 것 없이 거덜나고 있는 불황 중 파산(破産)과 음이 같다며, 예부터 세금으로 거둬들인 미곡을 보관하기 위해 전국에 널려 있는 창고에서 유래된 지명 중 사창리.남창리 등은 사창가(私娼街)를 떠올리게 한다며 개명을 요구하고 있다.

도덕과 윤리.명분을 중시해 이에 위배되는 지명은 기피돼 왔다. 남녀의 생식기와 같은 지형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불려온 상스런 이름들도 웅산(雄山).여문(女門)등으로 바뀌었다. 지명은 사회의 격변에 의해 바뀌고, 또 바로잡히기도 하며 그 지역의 역사를 층층이 쌓아 가고 있다. 때문에 오늘 그 땅 위에 사는 주민 대부분이 원한다면 유서 깊고 고운 이름으로 마땅히 바뀔 수 있는 것이다.

2001/03/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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