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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추풍령' 뜻은 '가파름재'

추풍령의 ‘추풍’(秋風)은 이름 그대로 ‘가을 바람’이다. 이 ‘추풍령’이란 이름이 나온 과정을 써 놓은 글을 별로 볼 수가 없다. 더러는 ‘바람’과 관련해 그 이름 유래를 설명한 것이 보이기는 해도 그 내용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근처에 있었던 추풍역(秋風驛, 秋豊驛)의 이름을 따라 고개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지만, 이 역시 고개 이름이 먼저인지 역이름이 먼저인지 알 길이 없다.

전국에는 ‘풍현’이나 ‘풍치’처럼 ‘풍(風)자가 들어간 땅이름들이 많은데, 이들의 토박이 이름들을 보니 거의 모두가 ‘바람재’였다. 그런데, 그 많은 ‘풍’ 지명의 고개나 산들이 과연 오로지 ‘바람’과 연관해서 붙여진 것일까 하는 데는 수긍 못할 구석이 많다.

지금은 우리가 ‘바람’이라고 하지만, 이의 옛말은 ‘ㅂ+아래아 ㄹ+아래아+ㅁ’이다. ‘ㅂ+아래아 ㄹ+아래아+ㅁ’은 ‘바람’으로 읽을 수 있으나, ‘보름’ 또는 ‘부름’에 가까운 발음으로 읽을 수도 있다(예:블휘 기픈 남가+아래아+ㄴ ㅂ+아래아 ㄹ+아래아 매 아니 뮐 ㅆ+아래아ㅣ (용비어천가 2장) ※ ㅂ+아래아 ㄹ+아래아 매=바람에).

우리의 옛말이 많이 살아 있는 제주도에선 ‘바람’을 ‘보름’이라고 한다. 아주 옛날엔 제주도뿐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바람’을 ‘보름’이라고 많이 했으며, 지금도 호남지방에서는 이렇게 발음하는 곳이 많다.

‘바람’이란 말은 우리말의 ‘불다’라는 말과 아주 관계가 깊다. ‘불음(부름)’이 변한 말이 ‘볼음(보름)’인데, 서울이나 경기도 일대에선 이 말이 그 특유의 말습관에 따라 ‘바람’으로 자리잡게 됐고, 표준말로도 됐다. 그런데, 이 ‘바람(보름)’이란 말 앞에 다른 말이 접두사처럼 붙으면 곧잘 ‘파람(포름)’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가을 바람’을 뜻하는 ‘추풍(秋風)’은 ‘가파람’이나 ‘가파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파름’은 ‘가파르다(비탈이 급하다)’의 명사형이므로 ‘가파름재’는 한자로 ‘추풍현(秋風峴)’ 또는 ‘추풍령(秋風嶺)’으로 옮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갓(‘가을’의 본뿌리말)=추(秋) ※ 가슬(가?)=가을
파름(파람.바람)=풍(風)
재(고개)=현(峴), 령(嶺)
갓+파름+재=秋+風+嶺=추풍령(秋風嶺)

2005/06/17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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