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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54794204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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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맛대로 번역'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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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란 아무리 잘 해도 당초 만점이 없는 것이긴 하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식이어서는 안 될 말이다.
전문번역가들이 영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얼마나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지, 이른바 ‘콩글리시’라고 부르는 엉터리 영어가 주변에 얼마나 난무하는지 꼬집은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이재호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낸 ‘문화의 오역’(동인 발행)은 영어로 된 문학작품이나 저작, 영화, 음악, 미술의 번역에서 흔한 실수들을 사례를 들어가며 낱낱이 보여준다. ‘영한사전비판’ 등 최근 저서와 논문 등으로 국내 영어 번역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 이 교수는 이런 오역이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없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그가 ‘오역의 여왕’으로 꼽은 영단어는 ‘queen’. “교수이든 박사이든 저널리스트이든 ‘왕비’를 뜻하는 이 단어만 나오면 마치 홀린 듯이 ‘여왕’으로 번역한다”며 그리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힙폴뤼토스’(현암사 발행)에서는 아테네와 트로이젠의 왕 테세우스의 아내 파이드라가 처음부터 끝까지 ‘여왕’으로, 을지출판사에서 나온 ‘그리스ㆍ로마 신화’에서도 이디오피아 왕 케페우스의 아내인 카시오피아가 역시 ‘여왕’으로 번역되어 있다.
영화나 문학작품, 음악, 미술작품 제목의 오역도 심각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흔히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로 알고 있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제목은 ‘타락(몰락)의 전설’이 맞다.
여기서 ‘the Fall’은 기독교에서 아담과 이브의 타락을 뜻하기 때문이다. 과거 ‘푸른 옷소매’(Green-sleeves)라고 했던 영국 민요는 부정을 저지른 여성의 이름이기 때문에 그냥 ‘그린슬리브즈’가 맞다.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The Sound And the Fury’는 ‘음향과 분노’가 아니라 ‘헛소리와 분노’가 맞다. 여기서 ‘Sound’는 ‘떠들어대는 소리’라는 뜻이다.
이 교수는 이 책의 대부분을 번역가 이윤기씨의 오역은 물론, 원서 문장을 빼버리거나 없던 문장을 지어 넣는 번역 방식을 집중 비판하는데 할애했다. 그의 그리스ㆍ로마 신화와 ‘장미의 이름’ 개역판 번역이 200여 쪽에 걸쳐 낱낱이 해부되어 있다.
영자신문 기자를 지냈고 지금은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강사인 최용식씨가 쓴 ‘한국 영어를 고발한다’(넥서스 발행)는 넘쳐 나는 기업의 영문 마케팅 로고들이 얼마나 엉터리 발림인지 잡아냈다.
책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Bravo your life’는 ‘Bravo to~’로 써야 하는 문법에 어긋난 데다, ‘Bravo’를 따로 떼어 감탄사로 보자고 하더라도 그 뒤에 사람이 와야지 ‘your life’가 와서는 안 된다.
또 농협이 방송 광고에서 사용하는 ‘Human Bank Human Life’라는 로고에서 ‘휴먼 뱅크’는 인간의 장기나 조직 등을 냉동 보관해주거나 판매하는 업체를 뜻한다. 저자는 SBS,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KTF, 현대증권, 국민은행, 서울우유 등이 국내 주요 기업들 대다수가 이런 식으로 엉터리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06/29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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