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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이진원기자의 바른말 광] 십팔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충북 제천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약한 사람들의 지역 이기주의는 의미가 있지만 힘이 강하거나 가진 사람, 지역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단결해선 안 되고 모두를 끌어안고 나누며 가야 한다.

` 맞는 말이다.

이제 신행정수도 건설이 위헌 결정까지 난 마당에, 수도권에서 이 말을 알아들을지는 의문이지만…. 어쨌거나 여기까지는 좋았던 노 대통령이 충청권에 대한 사탕발림(립서비스) 도중 그만 너무 나가고 말았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근래 `이정표`를 십팔번이라고 말했는데 사실 `울고 넘는 박달재 `가 십팔번이다.

` 박달재가 충북 제천에 있는 걸 염두에 두고 한 말 같은데, 문제는 `십팔번`이다.

이 말은 이렇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공석에서 언급하기엔 개운찮다.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일본 전통극 가부키에서 유래했다.

17세기께 이치카와 단 주로라는 가부키 배우가 가부키 막간극 가운데 크게 성공한 18가 지를 정리했는데 이것을 `교겐(狂言) 쥬하치방(18번)`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쥬하치방이 바로 가장 재미있는 막간극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십팔번은 한국 사람이 즐겨 쓸 말이 아니다.

우리말 표현이 없다면 모를까, `애창곡`이나 `장기`가 버젓이 있는데도 굳이 일본에서 `십팔번`을 가져와 쓸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국립국어연구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십팔번`을 덜컥 표제어로 올린 것은 논란거리가 될 일이었다.

비록 순화해야 할 말이라고 토를 달아놓기는 했지만….

2004/11/02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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