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 2월말 한국을 떠난지 7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말레이시아에서 선교사로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우리학교에는 귀국학생들을 위한 특별반인 "온누리반"이 있어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학교생활에 적응할 무렵 말레이시아와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딱딱한 선후배 관계가 그랬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선후배 관계가 여기처럼 엄격하지 않았다.
선배와 후배가 같이 노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고 아침에 서로 만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이(Hi)"라고 인사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선배와 후배 사이가 차갑게 느껴졌다. 후배는 선배에게 꼭 존댓말을 써야 하고 마주치면 내가 그 사람을 알든 모르든 깍듯이 인사를 해야 했다.
또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불려가 야단을 맞을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이 한국의 권위적인 인간관계의 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절과 권위적 관계는 분명히 구분이 돼야 한다.
다음으로는 친구들의 언어생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나의 한국어 실력이 짧아서 그런지 몰라도 어느 것이 표준어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마니" "짱" "추카" "떴다" "글구"와 같은 것들이다. 물론 말레이시아에도 줄임말이나 은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극히 일부 학생들이 사용할 뿐이지 여기처럼 대부분 학생들이 그런 말을 쓰지는 않는다. 한국에 와서 국어시간에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나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등 아름다운 한국의 시를 배웠을 때 받은 감동을 생각하면 이렇게 좋은 우리말을 놔두고 왜 그런 표현들을 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국학생들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다. 이곳 친구들은 수업이 끝나면 모두 학원으로 달려간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있지만 그들은 모두 음악이나 미술 등 특별한 것을 배우기 위해서이지 한국처럼 학교에서 배운 것을 또 다시 배우러 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국친구들과 더 많이 놀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쉽다.
나는 내녕에 다시 해외에 나간다. 1년동안 나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준 친구들에게 고맙다. 그들이 보다 맑고 밝게 자라서 나중에 웃는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빈다. 친구들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