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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단순과 심플
아는 사람 한 분이 말하기를, 벤처 회사를 세웠는데 영업이사를 맡게된 30대 젊은이가 "영업"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영업이기는 하지만 왠지 그 영업이라는 말이 촌티나 보인다는 얘기였다. 영업이사는 이제는 좀 더 "폼" 나는 일을 해보고 싶다면서 사장에게 농담 삼아 항의를 했고, 벤처 사장은 사소한 일로 회사 분위기 흐려질까 봐 머리를 싸맸다는데…

근심 끝에 아이디어를 짜 낸 사장, 영업이사 명함 뒤편에다 마케팅 디렉터라고 새겨주게 된다. 마케팅 디렉터… 그 명함을 받고 영업이사는 다음과 같이 외쳤다. "이야, 멋 있는데. 오케이! 아이머 마케팅 디렉터!"

왜 그럴까? "넌 참 단순해!" 하면 기분 나빠하면서도 "넌 참 심플해!" 하면 좋은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 사람 샤프해" 하면 똘똘하다 생각하고 "그 사람 날카로워" 하면 피해야 할 사람으로 상상하게 된다.
"돈, 사업" 하면 굴뚝 공장을 떠올리고 "머니, 비즈" 하면 첨단 업종을 그려낸다.

단지 세련돼 보이려고 영어 단어를 쓰는 것은 분명 잘못된 습관이다. 이런 잘못된 관행을 깨기 위해 아나운서는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우리말을 많이 쓰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 또한 영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매일 아침, 내가 진행하는 FM 대행진에서, 당신의 모닝 파트너 황정민이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말이다. 답답한 것은 일단 영어 단어를 쓰기 시작하면 우리말로 다시 바꾸기가 참 어렵다는 점이다. 마땅한 해결책은 없을까? 잘만 헤아리면 해답이 나올텐데. 아- 당신의 "모닝 파트너"는 그다지 "샤프"하지 않아 잘못된 습관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 황정민ㆍKBS 아나운서)

2000/08/1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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