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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54671936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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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글찻집] 쉬운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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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임시국회(265회) 마지막날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 79건 중 38건에 ‘전부 개정 법률안’이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애초 법제처에서 63건을 국회에 냈는데, 상임위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25건이 빠진 수치다.
이 개정법들은 기존 정책이나 제도를 바꾸자고 고친 법률이 아니라 그 법조문에서 쓰는 용어나 글틀·표현·표기를 알기 쉽게 고친 것들이다. 법제처(처장 김선욱)에서 벌이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으로 나온 열매들이다. 애초 임금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든 큰뜻이 백성이 제 말글로 쉽게 소통하도록 하자는 데 있었다. 그 뜻이 제일 먼저 미쳐야 할 법률이 오히려 ‘성역·금기’로 남아 있었는데, 이로써 551년 만에 본뜻을 제대로 ‘실어 편’ 셈이다.
‘법’은 무엇보다 ‘민생’과 관계가 깊은데도 동떨어져 있었고, 공무원·법조계 종사자, 직간접 이권 단체·개인, 일부 전공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여기엔 배운 이들의 특권의식이 작용했으며, 이에 못지않게 어렵고 어지러운 법조문 탓이 컸다. 과거 왜제 때 법률을 거의 그대로 쓰거나 광복 뒤에도 물건너 법률을 베낀 게 많았고, 최근이라 할 지난세기 후반에 엮은 법률들조차 관습·전문성·보호의식들에 가려 낡은 용어와 문틀을 온존·답습해 왔다. 그런 사이 일반 말글살이와 온갖 공문서의 바탕이 되는 법률문의 틈이 크게 벌어지게 된다. 그동안에도 낱말 차원의 말다듬기는 해 왔으되 그 바탕인 법률 문장 자체를 바꾸지 않아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예컨대 법률 조문을 따서 기사나 글을 쓸 때 설명하는 말과 인용한 법조문의 용어·문투가 어긋날 때가 적잖다. 법조문을 다시 쉬운말로 옮기거나 해석해야 할 지경이었다는 말이다. 싫든 좋든, 어렵든 쉽든 법률 문장은 일반 실용문의 본보기 구실을 하게 된다. 이제 법률 인용하기가 꺼려지고 민망해지던 느낌을 덜게 되어 큰 다행이면서, 나라 바탕이 제대로 다져지는 안도감을 느낀다.
第1條(目的) 이 法은 먹는물에 대한 합리적인 水質管理 및 衛生管理를 도모함으로써 먹는물로 인한 國民健康상의 危害를 방지하고 生活環境의 개선에 이바지함을 目的으로 한다./ 第2條(責務)① 國家 및 地方自治團體는 모든 國民이 질 좋은 먹는물을 供給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施策을 마련하며, 먹는물管聯營業者에 대한 알맞은 指導 및 관리를 하여야 한다.②(줄임)/ 第3條(定意) 이 法에서 사용하는 用語의 定意는 다음과 같다. 1. “水處理劑”라 함은 自然狀態의 물을 淨水 또는 消毒하거나 먹는물供給施設의 酸化防止 등을 위하여 添加하는 製劑를 말한다.(이하 줄임, 먹는물管理法)
제1조(목적) 이 법은 먹는물의 수질과 위생을 합리적으로 관리하여 먹는물이 국민건강에 위해(危害)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책무)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질 좋은 먹는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시책을 마련하고, 먹는물관련영업자에 대해 알맞은 지도와 관리를 해야 한다.②(줄임)/ 제3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수처리제(水處理劑)”란 자연상태의 물을 정수(淨水) 또는 소독하거나 먹는물 공급시설의 산화방지 등을 위해 첨가하는 제제를 말한다.(먹는물 관리법)
위 세 조항에서만도 쓸데없는 한자 표기를 한글로 바꿨고, 일부는 괄호로 살린 것이 보인다. “-에 대한, -로 인한, 및, -라 함은” 같은 한문·일어투, 군더더기를 줄여 뜻이 간결하고 뚜렷해졌고, 띄어쓰기도 꽤 나아졌다.
두루 살피면 아쉬운 부분도 적잖겠는데, 처음부터 완벽하기는 어려운 줄 안다. 그러나 모처럼 어렵사리 큰일을 벌인 참이니 여남은 사업(대상 1000여건)은 좀더 바탕에서 다잡아갔으면 한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2007/03/15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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