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
|
|
|
|
|
|
|
|
|
|
|
들른 이 155935170 명
깁고 더함 2007/12/28
|
|
|
|
|
|
|
|
|
|
|
[국어생각] `사사`는 `가르침`이 아니다
|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세종대왕의 탄생을 기념하여 정한 스승의 날에는 많은 사람이 옛 스승을 찾아보기도 하고 문안 편지나 꽃을 보내기도 한다. 언론에서는 어느 정도 성취한 문화예술인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학맥이나 사제 관계를 밝히기도 한다. 이때 으레 등장하는 말이 ‘사사’다. ‘사사’가 쓰인 몇 예를 본다.
①춤소리 무용단 양혜진 단장은 전통과 창작 춤을 조흥동 선생께 사사받았다.
②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남화(南畵)를 마쓰바야시 게이게쓰에게 사사받았다.
용례 ①, ②에서는 ‘사사받다’가 ‘배우다’, ‘지도받다’의 뜻으로 쓰였다. ‘사사’를 ‘가르침’, ‘지도’ 정도로 본 것이다.
그러나 ‘사사’는 ‘가르침’만을 뜻하지 않고 ‘스승으로 섬김, 또는 스승으로 삼고 가르침을 받음’을 뜻한다. 이때 ‘사사(師事)’의 ‘사(事)’는 ‘섬긴다’는 뜻으로 쓰인다. ①, ②의 ‘사사받다’는 ‘사사하다’ 또는 ‘배우다’, ‘지도받다’로 고쳐야 한다.
‘사사하다’는 다음의 ③, ④처럼 ‘…에게서 …를/을’ 또는 ‘…에게 …를/을’의 방식으로 쓰인다. ‘에게’, ‘에게서’ 앞에는 스승이 오고 ‘를/을’ 앞에는 배우는 대상이 옴은 물론이다.
③그는 김 선생에게서 판소리를 사사하였다.
④그는 김 선생에게 판소리를 사사하였다.
다음 ⑤는 ③, ④가 다소 변형된 용례이다. 이 역시 ‘사사하다’의 용법으로 별 문제가 없다. 이 경우 ‘우봉을 독선생(獨先生)으로 섬기며 춤 선생으로 그 가르침을 받기’로 해석할 수 있다.
⑤권려성은 우봉을 독차지해 춤을 사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사하다’는 ⑥, ⑦, ⑧처럼 ‘…를/을’의 방식으로도 쓰인다. 이때 ‘를/을’ 앞에는 스승이 온다.
⑥현양 씨는 작곡가 손석우 씨를 본격적으로 사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⑦나이젤 케네디는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대에서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했다.
⑧그는 여러 명인을 사사하며 남사당, 한국민속가무예술단, 낭랑악극단, 리틀엔젤스 등을 거쳤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용례 ⑨, ⑩은 문제가 보인다.
⑨박 원장은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새로운 주사법을 사사하고 수차 시술한 경력이 있다.
⑩주변에서는 재즈 연주자에게 사사하는 게 좋겠다는 충고를 많이 해 주세요.
⑨의 의도는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새로운 주사법을 배워 익혔다는 것이겠지만 ‘사사하다’의 용법에 따르면 ‘새로운 주사법’을 스승으로 삼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는 ‘~ 새로운 주사법을 …에게서 사사하고 ~’ 또는 ‘~ 새로운 주사법을 배워 익히고 ~’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⑩에는 배우는 대상이 없다. 물론 ‘재즈 연주자’가 언급되었으니 ‘재즈’와 관련한 분야로 추측할 수 있겠지만 분명히 알 수는 없다. ‘…를/을’을 보충하여 배우는 대상을 밝히든지 ‘재즈 연주자에게’를 ‘재즈 연주자를’로 고치든지 하는 편이 낫다.
‘사사’ 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본인이 의사소통에 혼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가르친 스승에게도 누(累)를 끼치게 됨을 명심하자.
2007/05/16 주간한국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