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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45491672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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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우리말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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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역사는 모두 망각으로 몰아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우리는 `한글통일안` 하면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통일안`이 그 시초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실상을 왜곡한 측면이 많다.
현재의 한글표기법이 1933년에 뿌리를 두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법적, 제도적으로 표기법을 통일하려 한 첫 시도는 1913년 조선총독부에서 나왔으며 1933년 맞춤범통일안도 이러한 시대적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총독부 통일안은 표기를 소리 기준으로 했으며, 잘 먹혀들지도 않아 혼란이 가중됐다. 이런 와중에 1932년 11월 7일 오후 3시 동아일보사 3층 회의실에서는 한글표기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대토론회가 열렸다.
사흘간 계속된 이 행사에 발표자는 모두 6명이었는데 조선어학회에서는 최현배와 이희승, 신명균이 나섰고 이에 맞선 조선어학연구회는 박승빈, 정규창, 백남규 세 사람으로 맞불을 놓았다.
두 파는 표기를 소리 위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글 위주로 할 것인가를 두고 첨예하게 맞섰디. 최현배가 대표하는 조선어학회는 글에 비중을 둔 반면, 박승빈이 선봉에 선 조선어학연구회는 소리 쪽에 손을 들었다.
한글표기법이 지금처럼 정착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박승빈을 희생양으로 삼은 최현배의 승리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표기법 통일 과정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근대 국민국가 권력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다. 식민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가, 해방 뒤에는 남한과 북한이라는 국가권력이 각각 `하나의 국민`을 창출하기 위해 하나의 맞춤범, 하나의 표준어를 제정하고 그것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같은 국민"이라는 신화가 창출되기는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권력에 의해 선택되지 못한 많은 언어가 `사투리` 혹은 `비표준어`라는 이름으로 말살, 도태당하는 역효과가 나기도 했다.
국어학 전공자 4명이 공동 집필한 단행본 「우리말의 수수께끼」(김영사)는 이런 한글 맞춤법 통일안 논쟁을 비롯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우리말의 여러 문제를 역사주의적 맥락에서 쉽게 접근하고 있다.
문자는 어떤 필요성에서 탄생했는지, 이두와 향찰, 구결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효용이 있었는지, 훈민정음은 과연 세종 혼자서 창제했는지, 정보화 시대에 부활하고 있는 상형문자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사고와 삶을 지배하는 국어를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2002/05/0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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