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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54412023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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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는 영구불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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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 즈음하여 모국어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한국어는 사용자 수에 있어서 세계 언어 중 열두번 째이다.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15개 언어를 살펴보면 1위는 중국어(만다린어)로 세계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8억 8500만 명이 사용한다. 만다린어는 중국 본토뿐 아니라 싱가포르, 타이완, 홍콩에서도 쓰인다.
2위는 영어. 세계 인구의 5.4%(3억 2200만명)가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등지에서 사용한다. 이어서 3위는 스페인어 2억 6600만명(4.5%), 4위 벵갈어 1억 8900만명(3.2%), 5위 힌디어 1억 8200만명(3.0%) 순이다.
6위부터 10위까지는 포루투갈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중국어(유어)이다. 자바어에 이어 12위인 한국어는 세계 인구의 1.2%(7500만명)가 사용한다. 13위 프랑스어, 14위 베트남어, 15위 텔레구어이다.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15대 언어 중 한 개를 사용하는 반면에 나머지 사람들은 대부분 사용자 수가 1만 명 미만인 언어를 사용한다. 이런 언어의 대부분은 열대 국가들에서 사용된다. 아프리카에는 언어 대국이 즐비하다. 가령 427개 언어를 보유한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카메룬(270개), 자이레(210개), 탄자니아(131개), 코트디부아르(73개) 등이 있다. 태평양의 섬나라들도 역시 언어 대국이다. 파푸아뉴기니(860개), 바누아투(105개), 솔로몬 제도(66개) 등이다.
파푸아뉴기니의 경우, 400만 주민이 860종에 달하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나라의 국토는 80% 이상이 숲으로 덮여 있고, 밀림에는 22000종의 식물, 200종의 포유동물, 780종의 새들이 존재하며, 파푸아뉴기니의 상징인 극락조도 전 세계 개체 수의 90%가 서식한다. 파푸아뉴기니는 지구 상에 남아 있는 4대 열대우림 가운데 한 곳이다.
열대에는 일년 내내 거의 매일 비가 내려 활엽 상록수가 무성하게 자라는 지역이 있다. 이러한 지역의 정글을 열대우림(rainforest)이라고 한다.
열대우림은 지표면의 6%를 점유하며 중서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3개 지역에 퍼져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우림은 남미의 아마존이다. 다른 지역의 우림을 모두 합친 것보다 넓다. 열대우림은 최고로 고온 다습하며 계절의 변동 없이 기후가 안정된 서식처이므로 놀라운 생명의 다양성을 나타낸다. 지구 전체 생물 종의 절반을 웃도는 약 3000만 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열대우림이 관심사가 되는 이유는 수풀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원인은 화전 농경과 벌목이다. 열대 우림의 감소는 생물 다양성과 직결된다. 해마다 숲에서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열대우림의 붕괴는 언어의 멸종과 직결된다. 말하자면 생물 다양성과 언어 다양성은 열대우림이라는 공통의 지역에서 사멸이라는 공통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지난 500년 동안, 세계 언어의 거의 절반 가량이 사라졌다. 언어 고밀도 지대인 열대 국가들에서 보듯이, 언어의 사멸은 우리 눈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적으로 대략 5000-6700개의 언어들이 존재한다. 이 중에서 최소한 절반이나 그 이상의 언어가 21세기에 사멸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날 지구촌의 언어는 영어이다. 영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세계화의 대열에서 낙오할 수 밖에 없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보다 제2언어로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학습 열풍은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다음 말을 항상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백인들의 말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영원히 살아남으려면 우리말을 알아야 한다." (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Vanishing Voices’(2000년)에서. )
(이인식·과학칼럼니스트)
2004/10/05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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