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의 세계 주니어 피겨 스케이팅 우승 소식은 오랜만에 국민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이제 우리도 불모지나 다름없던 피겨 스케이팅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가졌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
TV 중계를 지켜보면서 하나 눈에 띄는 게 있어 얘기하려 한다. 경기장 우리 응원단 쪽에 'Korea Fighting'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는데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Fighting'은 대표적인 '콩글리시'(한국식 영어)로 영어에서는 싸움을 뜻하는 말이다. 응원 용어로는 부적절하다.
'Korea Fighting' 또는 'Korea Team Fighting'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우리 팀을 응원하는 말로 쓰인 적이 있지만 외국인이 보기엔 의아한 말이다. 지나치게 전투적이고 호전적인 냄새가 난다. 특히 이번에 은반에서 펼쳐지는 우아한 연기와 아름다움 속에 전투적인 'Korea Fighting'이란 구호가 붉은 글씨로 크게 걸려 있었으니 외국인이 보기에 얼마나 어색했겠는가.
올해 6월 독일 월드컵에도 붉은악마 등 우리 응원단이 대거 참가하게 될 것이다. 'Korea Fighting'이나 'Korea Team Fighting'은 재고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