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만난 한 어린이책 출판사 간부가 해준 말이다. 2008년도 대학입시부터 도입하기로 한 통합형 논술 바람이 어린이책에까지 거세게 불고 있단다. 그러고 보니 제목 속에 '논술'이 들어있는 신간이 상당수 눈에 띈다.
'논술대비 우리아이 맞춤법'(유정룡 엮음, 백철 그림, 잎파랑이)은 맞춤법 교재다. '글쓰기와 논술의 기초가 되는 맞춤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겠다'는 게 기획의도. 책 내용을 복습할 수 있는 부교재 '만화로 익히는 맞춤법 연습장'도 끼워준다.
'만화로 보는 논술 국어상식-돈키호테 비밀찾기'(송석영.최윤경 글, 홍연식 그림, 아이세움)는 논술 선행 학습만화를 표방하고 나섰다. 소설 '돈키호테'의 배경과 의미, 주요 구절 등을 추리만화에 결합시켜 논술에 필요한 고전 상식을 자연스럽게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이 책에도 '우리 아이 논술력 키우는 독서&논술 클리닉'이란 부교재가 따라온다. 출판사는 셰익스피어.톨스토이.안데르센 등을 소재로 '만화로 보는 논술 국어상식'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또 '논술의 법칙'(신병철 지음, 살림)은 논술을 잘 할 수 있는 열가지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논술의 성격과 형식을 먼저 이해하라 ▶논거가 없으면 주장도 없다 ▶생각을 구조화하라 등이 그 법칙이다. 짧은 시간 안에 논술의 기본기를 쌓게 해주는 책이란다.
하지만 이들 논술 관력책을 보고 있자니 지나치게 '포장법'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적(的)''~화(化)'류의 한자어 접미사를 쓰지 않고, 돈키호테 상상 속 공주의 이름이 둘시네아인 것을 '상식'으로 아는 것이 과연 논술의 핵심일까. 논술이 구슬꿰기 식의 단순기술은 아닐텐데 말이다.
전문가들은 논술을 잘 하려면 고전을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을 하라고 이구동성으로 조언한다. 이는 '비법'을 통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