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한글날이다. 영어공부에 열을 올리는 만큼 한글 공부는 오히려 소홀해지는 듯한 요즘이다.
그러나 우리글을 모르고는 어떤 외국어도 제대로 익힐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한글교육을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은지 알아보자.
한글 학습은 언제쯤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당연히 아이가 언어에 관심을 충분히 가질 때부터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4~5세일 때 아이는 의사 소통이 자유로워지면서 언어 발달이 급속히 이루 어진다고 한다. 이 시기에 아이가 어떠한 후천적 경험이나 환경이 조성되었느냐에 따라 유아 능력도 현저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글을 익히는 모습이 아이마다 다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와 관련한 주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엄마가 아기 때부터 그림책을 자주 읽어 주는 환경에서 자랐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보고 들으면서 글자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글 환경이 전혀 조성되지 않은 아이가 있다면 어떨까? 자칫하다가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한글을 읽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 충분한 자극과 한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한글 학습을 시켜야 할까?
어머니들이 흔히 실수하기 쉬운 것이 바로 한글 학습 방법이다. 대부분 어머니 들은 한글을 공식처럼 배웠다. 'ㄱ, ㄴ, ㄷ'으로 시작해 'ㄱ'과 'ㅏ'가 만나 ' 가'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 뒤에 '가'가 들어가는 '가방'을 배웠다. 이것은 언어 교육을 하향식으로 접근하는 과거 언어 학습 방법이었다.
최근 인식되고 있는 한글 학습 방법은 총체적 언어학습 방법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것은 아이가 한글을 단지 글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함께 글자를 받아들이는 의미 중심 학습 방법이다. 또 단순히 읽기에만 치중하는 학습이 아닌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영역을 동시에 학습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견해다.
이 총체적 언어 학습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그림이야기를 통한 학습 방법이다. 유아기에는 모든 것을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이는 한글도 쉽게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아이에게 그림과 이야기가 담긴 재미있는 그림이야기를 보여 주면 이야기 속에 쉽게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낱말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고 더불어 반복적으로 등장한 낱말을 익히게 된다.
놀이를 통한 한글 학습도 큰 효과가 있다. 아이들이 한글을 익히기 위해 공부 차원에서 한글을 학습한다면 큰 부담을 느낄 것이다. 이런 부담을 없애면서 재미있게 한글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이 놀이 중심 학습이다. 집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놀이 중심 학습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카드에 그림과 글자를 써 놓고 같은 그림이나 글자를 찾아 짝을 맞추는 놀이, 그림에 알맞은 글자를 찾아 짝을 맞추는 놀이, 여러 낱말카드를 연결해 이야기를 꾸며 말하는 놀이 등이 있다. 좀더 심화된 카드 학습으로는 낱말 끝글자를 계속 이어 가는 도미노 게임이나 몇 개 카드를 뒤집어 놓고 같은 카드를 찾는 기억 연상 게임 등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카드 놀이는 한글 학습뿐만 아니라 사고력 발달에도 큰 도움을 준다.
한글 공부를 막 시작한 아이에게는 이름표 달기 놀이도 효과적이다. 사람들에게 제각각 이름이 있듯이 모든 사물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집안 곳곳에 물건 이름을 적은 이름표를 붙여 놓고 일정 기간 아이가 수시로 글자를 익힐 수 있게 한다. 그런 다음 이름표를 모두 떼어내 아이가 다시 붙여 보게 하거나 이름표에 적힌 글자를 보고 그 사물을 찾아보게 한다. 이러한 놀이를 통해 아이는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은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한글 학습을 왜 해야 하는지를 막연하게나마 깨달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