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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사전 표제어 등재 위원회'설립을 제안한다

최근 국립국어원과 금성출판사 사이에 ‘얼짱’을 표제어(명사·속어)로 올리는 것에 대해 논쟁이 있었다.

금성출판사는 2004년판 ‘국어사전’부터 ‘얼짱’을 올렸고, 이를 두고 국립국어원 조남호 학예연구관은 ‘얼짱’은 사전에 오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관은 유행어 사전과 같은 특별한 목적의 사전이 아니라면 단어로서의 안정적 자격을 확보한 단어라야 사전에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유행어는 사전에 오를 자격이 없는데, ‘얼짱’의 경우 외모 지상주의 열풍이 사라지면 더는 쓰이지 않을 말이라는 것이다.

또 ‘얼짱’은 ‘얼굴’이 더 쪼갤 수 없는 하나의 형태소인데도 이를 쪼개 말을 만든 것으로, 전통적 조어 규칙에도 벗어난 방식이기 때문에 사전에 등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금성출판사 안상순 사전팀장은 ‘얼짱’이 일시적 유행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뉴스 검색 인터넷 사이트인 카인즈(KINDS)에 따르면 ‘얼짱’은 2001년 처음 신문에 나타난 뒤 2003년 302건, 2004년 1865건, 2005년 930건의 사용빈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이 같은 사용 빈도와 4, 5년의 긴 생존력만으로도 단어 ‘얼짱’은 이미 한국어의 어휘 목록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신문이라는 비교적 정제된 매체에 높은 빈도로 쓰인 것도 ‘얼짱’의 사전 등재 이유에 적격하다는 것이다.

사실 두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먼저 전통적인 어법을 중시해야 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얼짱’은 잘못된 조어이다. 또 ‘얼짱’은 한 때 유행하는 언어로 시대의 변화와 함께 소멸할 것인데 사전에 등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출판사의 입장에서 볼 때 ‘얼짱’은 언어의 역사성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이다. 언어의 역사성이란 모든 사물이 생성, 소멸을 하듯, 언어도 전승 과정에서 여러 변화를 겪으며 언어의 의미나 형태가 조금씩 바뀌는 것을 말한다.



‘먹을거리’가 표준어이지만, 현실적으로 ‘먹거리’가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는 언어 정책이 실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언어는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사전을 편찬하면서 언어 현실을 빠르게 반영하는 것은 기업적 감각으로 나쁘다고 할 이유도 없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먹거리’와 ‘먹을거리’도 언중들이 사용하는 현실어와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가 달라서 혼란스럽다. 우리 주변에서는 ‘향토 먹거리’, ‘먹거리 장터’ 등으로 ‘먹거리’를 널리 쓰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먹거리’는 비표준어이다. 현재는 ‘먹을거리’만 표준어로 되어있다.(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는 법정 스님의 수필 ‘먹어서 죽는다’에도 ‘우리 식생활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태로운 먹을거리로 이루어져 ……’)

'먹거리'를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리말 어간에 ‘-거리’라는 의존명사가 쓰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근거에 의한 것이다. 즉 ‘쓰거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먹거리’도 틀린 말이란 것이다. 이는 통사론적으로 ‘쓸거리/볼거리/읽을거리’라고 하는 것처럼 당연히 ‘먹을거리’만이 표준어라고 하는 것이 현재의 규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너무 경직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좀 넓힌다면, 우리말에는 어간에 명사가 붙는 경우도 있고(꺾쇠, 들것), 합성어를 이룰 때는 우리말의 조건에 맞지 않는 비통사적 합성어도 만들어진다.(늦더위, 묵밭)

따라서, 동사 어간 ‘먹-’에 명사 ‘-거리’가 온다고 해서 틀렸다고 하는 주장도 전적으로 올바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통사적으로 설명이 곤란한 ‘먹자골목’이라는 말도 이미 사전에 실려 있다.

이 기회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새 말을 대할 때, 한자어와 외래어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만, 순 우리말에 대해서는 문법의 편협한 적용으로 배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언중(言衆)들은 ‘먹을거리’보다 ‘먹거리’가 더 우리말답고 편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얼짱’이 조어법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국립국어원 산하에 ‘사전 표제어 등재 위원회(가칭)’ 구성을 하자는 것이다. 공인받은 ‘사전 표제어 등재 위원회’ 등이 구성되어, 전통적인 어법과 현실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사전 등재 위원회에서 언중에게 편리한 언어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느 개인 연구자나 출판사의 의견 대립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물론 이와 유사한 ‘표준어 사정’을 하는 기구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급변하고 그에 따라 언어의 생성, 소멸 시기도 더욱 짧아지고 있다.

그 렇다면 이러한 유사 기구의 활동에 기댈 것이 아니라, 전문화되고 세부화 된 기구의 활동을 바라는 것이 현명하다. 또 언중의 혼란한 언어생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학자들이 이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도 새로운 위원회에 부탁하고 싶다.

국정넷포터 윤재열(http://tyoonkr.kll.co.kr)

2006/03/17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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