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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反軍(반군),사전엔 없다

'간고등어,감자탕,밀면,밤호박,쓴소리,윗선,호객꾼'처럼,우리가 많이 쓰지만 사전엔 없는 말이 '뜻밖'에 많다. (우리는 대개 우리가 쓰는 말을 사전이 거의 대부분 규정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근거 없는,지나친 믿음은 이처럼 놀라움이나 배신감으로 끝을 볼 때가 종종 있다. )또 신문제목 <"美,소말리아 철군 뒤에도 反軍지원">에 나온 '反軍(반군)'도 역시,의외로,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말이다.

혹시 어떤 독자는 실제로 찾아보다가 '아니! 이렇게 사전에 실려 있는데…' 하고 신문사에 전화를 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실 것이다. 사전에 나온 그 반군과 위의 신문제목에 나온 반군은 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사전엔 이렇게 돼 있다.

'반군(反軍) : (1) 군부에 반대함. (2) 군벌 또는 군국주의에 반대함.'쉽게 말해,사전에 나온 반군은 군부나 군벌이나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일'이다. '행위'인 것이다. 그러니 이 두 반군은 같지 않은 것이다.

반대하는 행위는 '반미','반독재'라고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반미주의자나 반미파','반독재주의자'라고 한다. 하는 짓은 '친일'이고 그 짓 하는 사람은 '친일파'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가리키는 '반군세력'이나 '반군파'를,행위를 뜻하는 '반군'으로 줄여 쓸 수 없다.

이 자리에는 '反軍'이 아니라 '叛軍(반군)'을 써야 된다. 이 '반군'은 '반란군'을 줄인 말이니 '행위'가 아니라 그런 행위를 하는 '군대(사람)'를 가리킨다.

이렇게 '反軍'과 '叛軍'이 분명히 다른데도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몇몇 신문과 언론인들 때문이다. '反軍'을 사람으로 써 버릇한 것은 지난 1980년대에 미국의 지원을 받던 니카라과 반군(콘트라)을 반란군으로 표기할 순 없지 않겠느냐는 '잘못된 깊은 생각'이 낳은 산물인 것이다.

하지만 미국 처지에서 생각해 주다가 우리말 체계까지 뒤흔들 수는 없는 법. '反軍 시위'나 '反軍하다'는 되지만 '叛軍 시위,叛軍하다'는 말이 안 되는 걸 생각하면,가치판단에 따라 '叛軍'과 '反軍'을 섞어 쓰는 엇나간 버릇은 이제 버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2006/06/20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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