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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고냉지 배추’가 아니라 ‘고랭지 배추’

‘시월은 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끝났구나,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먼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깨끗이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

이는 정학유의‘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0월조의 일부분으로 김장과 관련된 내용이다.

기록에서 보듯이 예전에는 농사일이 끝나고 입동이 지나면 집집마다 김장을 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월동 준비의 첫 번째는 김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에도 채소를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채소 재배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하여 김장을 하는 집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본질적인 김장에 담긴 의미만은 변하지 않았다. 겨울이 오는 길목이면 주부들은 무와 배추를 사러 다니고, 부재료로 쓰이는 양념 준비에 여념이 없다. 특히 올해는 중국산 김치 파동을 겪으면서 다른 때보다 이른 시기에 김치시장이 열리고, 업체들은 특별판매 행사를 마련해 놓고 있다.

‘고냉지 배추’는 ‘고랭지 배추’가 바른 표기.
이 행사장에서 ‘고냉지 배추’를 판매한다고 써 놓은 것을 보았다. 그러나 ‘고냉지 배추’는 ‘고랭지 배추’가 바른 표기다.

이는 한글맞춤법 제3장 제5절의 두음법칙과 관련된 것이다. 즉 ‘랭(冷)’이 ‘냉각(冷却)/냉난방(冷煖房)/냉정(冷情)/냉지(冷地)/냉혈(冷血)’처럼 첫머리에 올 때는 두음법칙에 따라 ‘냉’이라고 적는다. 그러나 ‘랭(冷)’이 ‘고랭지(高冷地)’를 비롯해, ‘급랭(急冷), 소랭(蕭冷), 온랭(溫冷), 한랭(寒冷)’ 등과 같이 뒤에 온다면 본음대로 적어야 한다.

해발고도 600∼700m 이상의 지대는 여름철에도 평지와 달리 비교적 서늘하고 강우량도 많으며 일조시간이 짧아 농사짓기에 적합하다. 이 고지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을 고랭지 농업이라고 하고, 여기에서 생산한 배추가 고랭지 배추다.

참고로 우리나라 고랭지 농업은 대관령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대도시까지 운송하는 것이 힘들어 재미를 못 보았지만, 고속도로 개통 이후 판매망과 시장이 형성되고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전국적으로 각광받는 농업기술로 부상했다. 특히 백두대간 산허리에서 생산되는 채소는 국내 농업 중 제법 경쟁력이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고랭지 농업은 무분별한 산지 개간으로 산림을 훼손하고 있고, 계속된 경작으로 토양은 지력을 상실해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최근 자유무역협정(FTA)과 쌀 개방 문제 등은 농업인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후손에게 물려줄 지속 가능한 농업과 환경 친화적이며 경쟁력 있는 농업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담가드립니다’가 바른 표현, '종가집'도 보통명사로 쓸 경우에는 '종가'라고 하거나, ‘종갓집’이라고 사이시옷을 표기해야 한다.
‘김치를 담궈드립니다’라는 표현도 보았는데, 이는 ‘김치를 담가드립니다’가 바른 표현이다. ‘담그다’가 기본형이다.

따라서 어간 ‘담그-’에 ‘-드립니다’가 결합하여 ‘담가드립니다’가 되는 것이다. ‘담궈드립니다’는 어미 ‘-아-’를 쓸 자리에 ‘-워-’를 잘못 쓴 것이다.

또 배추를 잔뜩 쌓아놓고 오늘은 ‘김치를 담는 날’이라며 홍보하고 있다. 이는 ‘담그다’와 ‘담다’를 혼동한 것이다. 먼저 ‘담그다’는 김치, 술, 장, 젓갈 따위를 만드는 재료를 버무리거나 물을 부어서 익거나 삭도록 그릇에 넣어두는 것이다.

그 예로 ‘김치를 담그다/매실주를 담그다/된장을 담그다’라고 쓴다. ‘담다’는 어떠한 물건을 그릇이나 부대 같은 데 넣는 것을 말한다. ‘쌀독에 쌀을 담다/감자를 바구니에 담다’가 그 예이다.

따라서 단순히 김치를 그릇에 넣을 때는 ‘김치를 독에 담다/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담다’라고 하고, 그렇지 않고 김장을 이를 때는 ‘김치를 담그는 날이다/김치를 담그는 법을 익힌다’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

국정넷포터 윤재열(http://tyoonkr.kll.co.kr)

2005/11/25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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