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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말뜻말맛] 움과 싹 / 김수업

가을이 오니 메와 들에 푸나무들이 겨울맞이에 바쁘다. 봄부터 키워 온 씨와 열매를 떨어뜨리고 뿌리와 몸통에다 힘을 갈무리하느라 안간힘을 다한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봄여름 쉬지 않고 일한 잎은 제 몫을 마쳐 기꺼이 시들어 떨어지고, 덕분에 사람들은 푸짐한 먹이를 얻고 아름다운 단풍 구경에 마냥 즐겁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면 풀은 땅속에서 뿌리만으로, 나무는 땅위에서 꾀벗은 몸통으로 추위와 싸우며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봄이 오면 푸나무는 또다시 ‘움’을 틔우고 ‘싹’을 낸다.

‘움’은 무엇이며 ‘싹’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은 ‘싹’을 “씨, 줄기, 뿌리 따위에서 처음 돋아나는 어린 잎이나 줄기”라 하고, ‘움’은 “풀이나 나무에 새로 돋아나오는 싹”이라 했다. 둘이 같은 것을 뜻한다는 풀이다. 그러나 ‘움’과 ‘싹’은 말처럼 뜻도 다르다. 다만 둘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비슷해서 마음을 꼼꼼히 지니고 살지 않으면 가려내기 어려울 뿐이다. ‘움’이 자라 ‘싹’이 된다.

푸나무의 목숨이 처음 나타날 적에는 씨앗이거나 뿌리거나 줄기거나 ‘눈’에서 비롯한다. 씨앗이나 뿌리나 줄기의 ‘눈’에서 새로운 목숨이 나타나는 첫걸음이 ‘움’이다. ‘움’은 껍질이나 땅을 밀고 나오면서 미처 햇빛을 받지 못해서 빛깔이 하얗고 모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 희누런 ‘움’이 터져 나와 자라면 햇빛을 받아 빛깔이 푸르게 바뀌고 모습을 갖추면서 ‘싹’이 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2006/10/23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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