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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82462516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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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찻집] 밝히다·분명히하다?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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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되, 가라사대’는 살아있는 말이면서도 일반적으로는 쓰지 않고 시대 배경이 옛날이거나 옛글투, 한문 번역글에서 가끔 쓰인다. 기독교 성경에서 자주 보이는 점은 성인들의 말을 자주 인용하는데다 그 번역투가 오랜 까닭도 있을 터이다. ‘가로되, 가론’으로 쓰임을 보이고, 높임말로 ‘가라사대’가 쓰인다. 이 말 대신 ‘이르되, 일컫기를, 말하기를’이 있는데, 아쉽게도 가로 왈(曰)의 ‘왈’(曰)에 가려 온전한 발전이 어려웠다.
어둠을 밝게 하다, 모르던 것을 드러내다, 무엇을 유달리 좋아하다(바치다)로 주로 쓰는 ‘밝히다’를 ‘말하다’란 뜻으로도 흔히 쓴다. 말하는 것은 같은데, 비밀·심정·작정·계획·의지·견해·원인·성적 따위를 드러내 말한다는 뜻이다. 여기엔 고백하다·천명하다·선언하다·석명하다·언급하다·강조하다 따위 한자말들이 약간의 차이를 보이면서 쓰인다.
‘말하다·밝히다’와 관련된 말로 최근 들어 새롭게 쓰이는 말이 있다. ‘분명히하다·명백히하다·철저히하다·확실히하다’ 들이 그런데, 이런 쓰임은 ‘뚜렷이하다·굳건히하다 …’들에서도 보인다. 이런 말은 짜임이 ‘어찌씨 움직씨’ 꼴이 아닌 ‘어찌씨+뒷가지’로 한낱말처럼 굳어져 쓰인다. 이는 영어(make clear, make sure, clear up, accentuate, speak with emphasis, emphasize one’s words …)나 이쪽 말을 뒤치면서 굳어져가는 말로 봐야 할 듯하다. ‘같이하다·달리하다’ 정도를 빼면 아직은 이런 짜임으로 된 낱말을 제대로 대접한 국어사전이 없다.
한편, ‘밝히다’로도 모자라 ‘분명히 밝히다, 명백히 밝히다, 힘주어 밝히다’로 모자를 씌워 쓴다. ‘말하다’도 그냥 ‘하다’를 활용해 쓰면 되는데도 굳이 인용한 말끝마다 ‘말’을 붙여 ‘말하다’로 쓰는 걸 본다. 사람들의 심성이 모질어지거나 말값이 떨어진 까닭일 터이다.
‘하다’가 ‘말하다’로, ‘말하다’를 ‘밝히다’로, ‘밝히다’를 ‘분명히 밝히다’로, 때로는 ‘분명히하다’로 바꿔쓰는 흐름은 요즘처럼 집·땅값에 거품이 끼는 것과 거꾸로 가는 현상이다.
△부시는 대통령 취임에 즈음하여, 중국을 종래의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라 ‘전략적 경쟁자’라고 규정함으로써 거의 적성국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을 분명히했다. 민주당의 대중관념은 이보다는 부드럽지만, 역시 오십보 백보일 뿐, 우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 ~ ‘전략적 경쟁자’라고 지칭해 거의 적성국으로 규정한 것과 대차가 없었다. ~.
△이미 국정감사의 쟁점으로 예고돼 있고, 여승무원과 연대해 온 단체들도 이 문제를 계속 쟁점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 ~ 계속 쟁점으로 삼겠다는 태세다.
△법원의 중형 선고는 ‘○○ 사태’의 책임이 그룹 경영의 최고 책임자인 김 전 회장에게 있음을 분명히했다는 의미가 있다 → ~ 김 전 회장에게 있음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씨가 부진한 지지율에 대해 “본선 경쟁력은 내가 최고”라고 밝혔다 → ~ “본선 경쟁력은 내가 최고”라고 주장해다.
△통계청은 3일 한국의 30·40대 인구가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선다고 밝혔다 → ~ 돌아선다고 예측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과 화상 통화 등 대용량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최신 휴대폰에 많이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광화문의 복원은 경복궁이 제 모습을 되찾는 것은 물론 일제가 준 상처를 치유하고 과거의 빛나는 전통을 계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것”이라고 했다.
△ ○○○ 의원은 “비대위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마땅하지만 다른 분이 한들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고, ○○○ 의원은 “또다른 비대위를 만든다면 국민에게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 의원은 “ ~ 달라질 게 없다”고 했고, ○○○ 의원은“ ~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2006/12/07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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