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80587397 명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말뜻말맛] 부리다와 시키다 / 김수업

‘부리다’에는 아주 다른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재주를, 꾀를, 멋을, 어리광을, 말썽을, 심술을, 기승을 부리다 같이 “속에 감추어져 있던 것을 겉으로 드러내 떨친다”는 뜻이다. 이런 ‘부리다’는 ‘피우다’와 매우 비슷해서 ‘재주를 피우다’ ‘어리광을 피우다’처럼 그 자리에 곧장 바꾸어 써도 괜찮다. ‘부리다’에는 이와 아주 다른 뜻이 하나 더 있다. 이런 뜻의 ‘부리다’는 ‘시키다’와 비슷하다. 이때 ‘부리다’는 ‘시키다’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뜻으로만 보아서는 ‘부리다’와 ‘시키다’가 서로 다를 것이 없는 낱말이라 하겠다.

그러나 ‘부리다’와 ‘시키다’는 쓰임새가 아주 다르다. 이들 두 낱말의 뜻인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월은 ①무엇을 ②하도록 ③한다는 세 낱말로 이루어졌는데, ‘시키다’는 ‘①무엇을’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고 ‘부리다’는 ‘②하도록’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다. ‘시키다’는 [일]에 걸어서 쓰고, ‘부리다’는 일하는 [힘]에 걸어서 쓴다. [일]을 시키고, 일하는 [힘]을 부린다는 말이다. [심부름]을 시키고, 심부름하는 [사람]을 부린다. [밭갈이]를 시키고, 밭갈이하는 [소]를 부린다. [쓰레기 청소]를 시키고, 쓰레기 청소하는 [청소차]를 부린다. 사람에게든 짐승한테든 기계한테든 [일]을 시키고, 사람이든 짐승이든 기계든 일하는 [힘]을 부린다. “아무개에게 시켰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그것은 “아무개에게 청소를 시켰다”에서 [일]인 “청소를” 감추고 한 말일 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2006/12/25 한겨레



   
 
번호 예제 날짜 출처
888 [북녘말] 깍지다리 / 김태훈 2007/01/21 한겨레
887 [말글찻집] 토·씨끝 갈피/최인호 2007/01/18 한겨레
886 계속되어지고(X)… 계속되고(○) 2007/01/17 조선일보
885 [국어생각] 납치와 피랍 2007/01/16 주간한국
884 [말글찻집] 낮은말? /최인호 2007/01/04 한겨레
883 `꼬라지하고는→꼬락서니하고는`이 바른말 2007/01/03 국정브리핑
882 [말들의 풍경] <44> `한글소설`이라는 허깨비 2007/01/02 한국일보
881 [말뜻말맛] 소젖 / 김수업 2007/01/01 한겨레
880 [말겨레] 인사말 / 권재일 2006/12/28 한겨레
879 자기 부모는 `아버지, 어머니`가 옳은 표현 2006/12/26 국정브리핑

   
   
 

 


이 누리집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깁고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배움터(051-516-9268)에 고칠 곳이 있거나 건의할 것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