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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자기 부모는 `아버지, 어머니`가 옳은 표현

9시 뉴스를 보기 전에 우연히 일일 드라마를 보게 된다. 직장에서 늦게 오거나 일이 있으면 아홉 시 뉴스도 못 보는 경우가 많아서 시답지 않게 보았는데 이번 드라마 <열아홉 순정>은 제법 재미가 있다.

주인공 양국화(구혜선 분)는 국제결혼을 결심하고 서울에 왔다. 주인공은 낯선 서울에 왔지만, 낙천적인 성격으로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간다. 주인공은 나이가 어리지만 현실을 슬기롭게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일상에 찌들어 사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준다.

이 드라마를 보고 현실성이 약간 떨어진다고 하는데, 황혼의 나이에 며느리의 친구(최혜숙 역, 이혜숙)와 재혼한 할아버지(홍영감 역, 신구)의 로맨스를 두고 하는 소리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이것이 재밌다. 둘은 남다른 애정을 보이다가도 간혹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문제에 심각하게 다다르지 않고 낙천적으로 풀어나간다.

새 시어머니와 며느리(김옥금 역, 김미경)의 싸움도 볼만하다. 둘은 고부간인데 그 이전에 친구인지라 오히려 다투는 것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또 철없는 며느리(박윤정 역, 이윤지)를 데리고 살면서도 늘 즐겁기만 하다. 남편(홍문구 역, 강남길)은 시골 역장으로 수입이 변변치 않아 어려운 살림을 할 것이 분명한데도 불평 한 마디 없다. 노인을 봉양하고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중심 역할을 잘 한다.

특히 이 드라마가 우리를 더욱 뜨겁게 하는 것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아침, 저녁으로 삼대가 함께 밥상에 앉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밥상에서 집안의 어른이신 홍영감과 새 어머니가 부부 싸움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효자 아들인 홍문구는 자기 아버지 홍영감(신구 분)과 새 어머니 최혜숙(이혜숙 분)에게 꼬박꼬박 ‘아버지/어머니’하면서 갈등을 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나잇살이나 먹으면 부모에게 ‘아버님/어머님’이라고 하는 것이 알맞은 것이 아니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자식이 자신의 아버지를 지칭할 때는 ‘아버지’라고 하는 것이 바른 어법이다.

다시 말해서 ‘아버님’이라고 하면 바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에서 ‘어머니’를 부를 때도 ‘어머님’이 아니라, ‘어머니’이다.(어릴 때는 엄마, 아빠도 가능) ‘아버님, 어머님’은 남의 부모를 높여 말하거나, 돌아가신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만 쓰는 것이 우리의 전통 어법이다.

물론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아버님/어머님’하는 것은 정상적인 어법이다. 또 사위가 장인, 장모에게 ‘아버님/어머님’이라고 하는 것도 흉이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여기서도 주의할 것이 있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는데, 시집 온 며느리가 가깝게 지낸다고 시어머니에게 ‘엄마’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깝게 지내기 전에 근본이 허물어질 것이다.

최근 젊은이 사이에서 남편을 부를 때 ‘오빠∼’라며 콧소리를 길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뿐인가. 어떤 이는 아예 자기 아이들과 같이 ‘아빠∼’라고 하는 경우도 보았다. 남편이 어찌 ‘오빠이고, 아빠’인가. 망발도 유분수지, 이쯤 되면 도가 지나친 집안이다. ‘여보’라고 바르게 불러야 할 것이다.

요즈음 신세대 주부일수록 남편을 ‘아빠’라고 하고, 남편의 여동생을 부를 때도 ‘고모’라는 표현을 한다. 이것은 결국 애들의 호칭을 대용(代用)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어법이다. 잘 생각해 보면 이는 인륜을 거스르는 언어 표현이다.

시부모 앞에서도 남편을 ‘○○씨’라고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안 된다. 아이가 있으면 ‘아비, 아범’으로, 없으면 ‘이이, 그이, 저이’로 부르면 된다. 반대로 아내를 부를 때도, ‘여보’라고 부르고, 부모 앞에서는 ‘○○어미’라 하고 아이가 없으면 ‘이(그)(저) 사람’으로 말한다.

특히 부모 앞에서는 아내를 지칭할 때 낮춰야 하므로 ‘집사람, 안사람, 처자’라고 한다. 그러나 처부모에게는 아내를 낮출 필요가 없으니, ‘집사람, 안사람’이라고 하고, ‘○○엄마’도 쓸 수 있다.

최근에 MBC 창사특집극 ‘기적’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너’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도 또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나이 차이를 넘어 부부 간에는 지켜야 할 예가 있다. 반대로 요즘은 나이 많은 아내가 연하의 남편을 만나면서 아내가 남편에게 ‘너’라고 하는 경우도 있나보다. 이 또한 듣기에 민망하다. 부부는 나이가 적고 많고 떠나서 서로가 존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보/당신’하면서 언어 예절부터 갖춰야 한다.

사실 ‘열아홉 순정’에서 이윤지(박윤정 역)는 명품쇼핑이 취미이고, 철없는 부잣집 아가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가난한 대가족 집에 시집온 이윤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신부로 가족 모두에게 밉지 않은 캐릭터로 그려진다.

더욱 이윤지는 임신을 하면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그런데 극중 인물이 모두 이윤지에게 ‘홀몸’이 아니니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뱃속에 아기가 있다면 ‘홑몸’이 아닌 것이다. 제발 바르게 표현해서 드라마를 즐기는 시청자들에게 바른 정보도 전달했으면 한다.

이 드라마는 현대 사회에서 보기 힘든 대가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가족들이 큰 갈등 없이 아옹다옹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를 감동시킨다. 가족은 우리 사회의 원동력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극진히 공경하고 남편과 아내가 서로 존중하는 가족 구성체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고 바람일지도 모른다. 서로 따뜻하고 바르게 불러주면서 가족 사랑을 실천하는 자세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2006/12/26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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