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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스스로를 존경해도 된다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딱 한마디로 정리하면,언어는 '생물'이다. 학교에서 배운 말로 하자면 말은 '유기체'인 것. 이 말은,말도 나서 자라고 죽는다는 뜻인데 역시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하자면 말은 '생장·사멸'한다.

그 예로 우리가 배운 '죽은말'이 '온'이나 '즈믄','가람'이다. 예전엔 이 말이 '백(百),천(千),강(江)'이라는 뜻이었다는 설명과 함께.(그런데,죽었다는 말을 왜 배웠고,무엇 때문에 아직도 기억하거나 가끔 쓰고 있는지…죽은 거 맞나?)어쨌거나 그런 이론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 세상에 나온 말이 있고,한창 힘을 쓰는 말이 있으며,죽어가는 말도 있다.

그중에는 '삐삐'처럼 나서 얼마 안 돼 죽어가는 말도 있고 '맞장-맞짱'처럼 서로 목숨을 걸고 다투는 말들도 있다. 오랜 세월을 살아 큰소리치는 말이 있는가 하면 '미류나무,무우'처럼 하루아침에 '미루나무,무'에 표준어 자리를 빼앗긴 말도 있다. 인간 세상 축소판이다.

그런데 이렇게 변화하는 특징을 헤아리지 못하면 엉뚱한 주장을 하기 쉽다. 1980년대에 국립국어원의 전신인 국어연구소에서 맞춤법 해설을 하면서 '언덕배기' 대신 '언덕빼기'로 써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나온 사전들은 다들 '언덕빼기'를 표준어로 실었다. 그러다가 1994년 국어심의회에서 이 규정을 없애 다시 '언덕배기'가 표준어가 됐다. 그런데 이런 곡절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직도 '언덕배기는 언덕빼기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장 인터넷에서 검색해 봐도 '언덕배기→언덕빼기'로 잘못 바로잡은 사이트가 수두룩하다.

얼마 전 어느 신문이 <오탈자 없는 신문,노력하겠습니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독자들의 지적에 답하는 기사였는데,좋은 것은 딱 여기까지였다. 내용이 문제였던 것. 기사는 부사인 '스스로'에 조사를 붙이는 것은 잘못이므로 '스스로를 존경하라'는 표현은 잘못됐다는 독자의 지적을 소개하고 '정확한 신문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스스로'는 부사일 뿐만 아니라 '명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조사를 붙여도 괜찮은 것은 당연하고 정확한 신문을 만들겠다고 다짐할 필요도 없었다. 그 다짐을 하기 전까지는 정확했으니 말이다.

2006/06/27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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