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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말뜻말맛] 금과 줄 / 김수업

지난 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국어 시험에 “다음 밑금 그은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 하는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60년대를 지나면서 ‘밑금’은 시나브로 ‘밑줄’로 바뀌어 요즘은 모조리 ‘밑줄’뿐이다. “다음 밑줄 친 문장에서 맞춤법이 틀린 낱말을 찾아 고치시오.” 이렇게 되었다. 우리말을 가르치는 국어 교육이 잘못 쓰는 말을 바로잡기는커녕 앞장서 틀린 말을 퍼뜨린 것이다.

종이나 마당 같이 반반한 바닥에 긋는 것은 ‘금’이다. ‘긋다’와 ‘금’, ‘그리다’와 ‘그림’과 ‘글’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줄’은 시험지 같은 종이에 칠 수가 없다. 빨랫줄이든 전깃줄이든 연줄이든 ‘줄’은 공중에 치는 것이고, 반반한 바닥에는 떨어뜨려 놓을 수밖에 없다. 다만, 바닥에 죽 늘어서 있는 것도 ‘줄’이다. 그러나 이런 ‘줄’은 치지 않고 짓는다. 군인은 줄을 ‘지어’ 걸어가고, 글월은 줄을 ‘지어’ 써내려 간다.

‘줄’은 생김과 쓰임에 따라 여러 가지다.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도록 굵게 드린 ‘바’는 흔히 ‘밧줄’이라고 겹쳐 쓰지만, 씨름꾼이 샅에 매는 ‘샅바’는 그냥 ‘바’다. 실이나 삼이나 종이로 가늘게 꼬는 ‘노’도 ‘노끈’이라고 겹쳐 말하고 조심스러운 물건을 묶는 데 쓴다. ‘올’도 ‘줄’이기는 하나 너무 가늘어서 ‘줄’을 만드는 감에나 쓰인다. 물건을 매거나 묶거나 꿰는 데 두루 쓰이는 ‘끈’이 있고, 평평하게 너비가 있어서 허리띠, 머리띠, 애기 업는 띠로 쓰이는 ‘띠’도 있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2006/07/24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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