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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54574636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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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시대의 언어’ 신조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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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말하면 언어의 탈권위시대이고, 나쁘게 말하면 검증되지 않은 언어의 범람이다. 예전에는 자신의 생각을 기존 언어의 틀에 꿰맞춰 표현했지만, 이제는 뭐든 갖다붙이면 그게 곧 말이 된다. 사법고시의 ‘고시생’은 공무원 시험의 ‘공시생’으로 간단히 파생되고, 세금절약 노하우는 ‘세(稅)다이어트’란 출처불명의 용어를 만들어낸다.
‘신조어 만들기’는 더이상 일부 네티즌들의 놀이가 아니다. 이젠 먼저 만들어내 선점하는 사람이 임자이며, 여기엔 정부, 학자 가릴 것 없다. 얼마전 청와대는 ‘버블세븐’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강남, 용인, 분당 등 7군데의 투기과열지구를 묶어 일컬은 말이었다. 하긴 “7군데의 주요 투기과열지구를 잠재우겠다”는 식상한 말보다는 “버블세븐을 잡겠다”는 세련된(?) 표현이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기엔 더 신선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최근 베스트셀러 코너를 거쳐갔던 책들의 제목만 살펴보자.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인 ‘디지로그’란 책은 출간 한달 만에 4만부가 팔렸다. ‘블루오션 전략’ ‘아침형 인간’ 모두 신조어로 재미를 본 책들이다.
신조어의 증가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최근 영국문화원 웹진은 영국의 신어들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hoodie’란 무슨 뜻일까. 힌트를 주자면 후드티와 관련이 있다. 답은 CCTV 카메라에 얼굴이 잡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후드티를 입는 사회에 반항적인 청소년들. 또 ‘ICE’는 2005년 런던 폭탄테러 이후 만들어진 신조어로, ‘In Case of Emergency’의 약자이다. 개인 휴대폰에 응급연락처 저장 이름으로 사용토록 홍보되면서 결국 사전에까지 등재됐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신조어들. 그러나 그 생명력은 매우 짧다.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따라 대부분 유행처럼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오래 살아남아 사전에까지 오르는 단어들은 그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국립국어원은 ‘2005년 신어발간 보고서’에서 1995년에 조사한 신어 중 모터런스, 대족인, 실리콘포리스트, 안기부맨 등의 단어들이 현재 전혀 쓰이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밤에만 조깅하는 사람들을 일컫던 ‘검프족’(Gump族)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유행이 지나간 뒤 사라졌고, 자녀에게 메모지 친필로 사랑을 전하던 ‘글사랑족’은 메일, 메신저 시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반면 2004년 신어 중 ‘신행정수도’ ‘누리꾼’ 등은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국어원 김한샘 학예연구사는 “1년에 한번씩 방송 3사와 일간지 등 언론에 노출된 신어들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해마다 약 500여개의 단어들이 걸러진다”며 “개인어(개인이 만들어 잠시 재미있게 통용되는 유행어)나, 은어, 외래어 등도 포함되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보편적으로 널리 쓰여 정착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사전 등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포함되는 신어들은 다음번 표준국어대사전 개정때 사전에 오를 신어들의 후보군이 되는 셈이다.
지금은 너무도 익숙한 표현인 ‘을씨년스럽다’란 표현 역시, 을사조약 이후 만들어진 신조어 ‘을사년스럽다’에서 변천된 것이었음을 생각해보면, 현재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신조어 중 어떤 것이 10년 후에도 살아남아 쓰이고 있을지 맞혀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눈뜨면 생겨나는 새로운 용어들을 외우느라 꽤나 아프겠지만.
2006/05/18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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