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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 `너머`와 `넘어`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1920년대 <국경의 밤>과 <북청 물장수> 등을 지은 김동환님의 대표적인 시 <산 너머 남촌에는>의 일부입니다. ‘산 너머 남촌’이라는 시적화자가 그리워하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 잘 나타난 시입니다.

이 시에서처럼 ‘너머’는 ‘높이나 경계로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로, ‘고개 너머, 저 너머’에서처럼 공간이나 공간의 위치를 나타냅니다.

좀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 작은 창을 열고 그 너머에 보이는 제주의 모습을 바라다본다.
* 철책선 너머 북한만 해도 제대로 먹지 못해 굶는 사람들이 많다.
* 유리벽 너머로 바라본 어머니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넘어’는 동사 ‘넘다’에 어미 ‘-어’가 연결된 것으로,
* 국경을 넘어갔다.
* 담을 넘어갔다.
* 압록강을 넘어가는 망명자가 늘고 있다.
에서처럼 동작을 나타냅니다.

즉, ‘산 너머’는 산 뒤의 공간을 가리키는 것이고, ‘산 넘어’는 산을 넘는 동작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생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산 넘어 산’이라고 하는데, 이는 ‘산 너머에 있는 산’이라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 너머 산’으로 표기해선 안됩니다.

2005/11/10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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