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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 의사, 열사

며칠 전 광복절에 우연히 한 TV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광복절 특집으로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이국땅에 있지만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고 한국을 향한 꿈을 키우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어 공부와 태권도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는 흥영이는 ‘안중근 의사의 후예’로 중국 조선족 자치촌에 살고 있습니다. 흥영이는 나라를 잃은 사람들에게 나라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던 할아버지처럼 한국에서 건강을 잃은 사람들에게 건강과 희망을 찾아주는 최고의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군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어찌나 대견하고 든든하던지 ‘안중근 의사의 후예’는 다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의사’와 ‘열사’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처럼 이제는 이름 뒤에 붙어 고유명사처럼 쓰이지만 분명 차이는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봐도 의사는 ‘의로운 지사(志士)’, 열사는 ‘나라를 위하여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하여 싸운 사람’이라고만 설명돼 있을 뿐 그 차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의미를 단정하기가 모호한 탓인지 보훈처는 2005년 10월 ‘의사, 열사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보훈처에 따르면 먼저 의사는 ‘성패에 관계없이 목숨을 걸고 무력으로써 적에 대한 거사를 결행한 사람’으로 ‘안중근 의사’(1909년 이토 히로부미 저격) ‘이봉창 의사’(1932년 일본천황 투탄) ‘윤봉길 의사’(1932년 홍구공원 투탄) 등이 있습니다.

반면 열사는 ‘직접적인 행동 대신 강력한 항의의 뜻을 자결로써 자신의 굳은 의지를 내보인 사람’으로 ‘민영환 열사’(1905년 을사조약 체결반대 자결) ‘이 준 열사’(1907년 헤이그 밀사로 독립의지 표명 자결) ‘황 현 열사’(1910년 경술국치 항거 자결) 등을 말합니다.

이처럼 민간이나 학계에서는 ‘의사’와 ‘열사’를 통념적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2006/08/17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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