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54687752 명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국어생각] 슬픔 반 기쁨 반이 '애환'

설레는 마음으로 2006년을 맞은 지 한 달이 넘었다. 금년 설계에 앞서 작년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슬픈 일도 많았고 기쁜 일도 많았을 것이다.

이 ‘슬픔’과 ‘기쁨’을 아우르는 말은 무엇일까. 바로 ‘애환(哀歡)’이다. 최근 보도된 기사에서 ‘애환’의 용례를 보자.

① 단종의 애환이 서린 장릉.

② 명계남이 대역 없이 면도를 직접 받아야 하는 말 못할 애환을 겪었다. (중략) 전문가의 손길이 아닌 그들에게 몸을 맡기고 얼굴을 타고 내리는 면도칼에 살을 떨어야 했던 것이다.

유배된 단종에게서 ‘기쁨’을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예리한 칼날이 주는 공포 속에서 ‘기쁨’을 느낄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애환’ 대신 ①은 ‘고통’, ‘슬픔’, ‘비애’, ‘서글픔’을, ②는 ‘애로’, ‘고충’, ‘어려움’ 등을 썼더라면 상황에 알맞게 되었을 것이다.

③지역을 대변하고 지역주민과 애환을 함께한다는 창당 정신.

지역 주민이 슬플 때 함께 울고 기쁠 때 함께 웃겠다는 뜻일 것이니 ③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슬픔과 기쁨을 함께 담은 ‘애환’이 출현하였다. ‘애환’의 뜻에 맞게 쓰인 셈이다.

올해는 이웃과 애환을 함께하면서 지내 보자. 기쁨에 들뜨기 전에 슬퍼하는 이웃이 있는지, 환호하기 전에 이 환호로 더욱 마음 아파할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살펴보자.

그리하여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이를 위로하여 그 슬픔을 거두어 낸 다음 내 기쁨이 모두의 것이 되게 하는 삶을 살아가자. ‘애환’은 사물과 그림자처럼 항상 자리를 함께하기 때문이다.

김희진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2006/02/06 주간한국
   
 
번호 예제 날짜 출처
287 가멸/가멸다 2004/08/10 한겨레
286 복국·복장국 2004/08/03 한겨레
285 낱말 자격 2004/07/25 한겨레
284 엉터리 ‘-하다’ 2004/07/30 한겨레
283 흠과 欠 2004/07/11 한겨레
282 말은 삶서 나와야 한다는 꼿꼿한 우리말글 길잡이 2004/03/28 한겨레신문
281 초승 2004/03/28 한겨레신문
280 땅이름/묘향산 2004/03/24 한겨레신문
279 법률이름 적기 2004/02/23 한겨레신문
278 말소리 길이 2004/02/17 한겨레신문

   
   
 

 


이 누리집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깁고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배움터(051-516-9268)에 고칠 곳이 있거나 건의할 것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세요.